권태와 공간

길을 걷다가 무언가 부정적인 기분을 느낀 적은 없나요? 괜히 움츠려들고 수동적인 모습을 하게 된 적은 없나요?
새로운 장소로 여행을 가서 무언가 긍정적이고 활기찬 기분이 든 적은 없나요?
왜 장소에 따라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일까요?
보통, 우리가 자주 접하게 되는 도시들은 비슷한 건물들이 끊임없이 늘어서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익숙해져 있는 디자인의 건물들 앞에서는 권태를 느끼게 되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같은 건물이라 하더라도 건물 전면에 장식을 해 두면 어떨까요?
스마트폰이나 다른 일에 빠져있지 않는 이상, 사람들은 분명 유쾌한 기분을 느끼며 걸음을 늦추고 주변 환경을 흡수하려고 할 것입니다.
건물의 하단 3미터 정도 즉, 우리가 길을 걸을 때 시선에 잘 들어오는 눈 높이의 외관과 물리적 구조만 바꾸더라도 도시를 이용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합니다

 

도시 설계자 얀 겔은 ‘좋은 도시의 거리는 보행자가 시속 약 5킬로미터로 이동하면서 약 5초에 한 번 꼴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장소를 접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텅 빈 공간 속에 있는 사람들은 불행한 기분과 우울감을 느끼게 됩니다. 인간은 권태를 견딜 수 없어하는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인간 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들은 심미적 다양성을 선호하고, 알고 싶은 욕구를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조금 더 복잡하고, 조금 더 흥미로우며, 한두가지 메시지가 담긴 장소에 머물고 싶어합니다.
권태는 높은 각성 상태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슬픔에 비해 오히려 더 심박수를 높이고 피부전도를 낮춥니다.
하지만 인간이 권태에 스트레스를 느낀다고하여 복잡함을 선호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지나친 복잡함에 대한 스트레스는 언급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인간이 다양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나친 복잡함 속에서는 위협감과 불안감을 느낍니다.
좋은 것이 너무 많은 것에도 불쾌한 과부하가 걸릴 수 있습니다.
개성없고 단조로운 공간, 지나치게 텅 빈 공간, 지나치게 정리된 공간, 항상 같은 공간은 권태와 함께 스트레스를 가져다 주고 우리의 행동 뿐 아니라 뇌에도 눈에 띄게 큰 영향을 끼칩니다.
풍부한 정보가 있는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수행 능력이 우수하고 뇌세포 간의 시냅스 연결이 풍부하게 발달하여 신피질이 더 두꺼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뇌는 평생에 걸쳐 환경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가소성이 아주 높은 기관이라는 점에서 볼 때, 풍부한 정보의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매일 우리가 사용하는 공간을 어떻게 조성해야 할 것인 지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감각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인간의 타고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은 새로움과 감각을 추구하는 진화적 충동을 가져다주며 편안함과 행복, 최적의 기능성을 안겨 줄 것입니다.